"조직검사? 0.1초면 됩니다"…바이오 업계 뒤흔든 '카이스트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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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검사? 0.1초면 됩니다"…바이오 업계 뒤흔든 '카이스트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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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1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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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first = 지난 겨울 서울 엘타워에서 열린 바이오 미래포럼. 앳된 얼굴의 20대 여성이 강단에 올라섰다. 연회장에 모인 수백명의 바이오 분야 협·단체장과 기업인의 눈길이 쏠렸다. 여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개회사를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저분은 누구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업계 원로들을 두고 젊은 신예가 포럼 개회사를 하는 일은 흔치 않은 광경이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 여성이 지금 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황경민 대표입니다"

지난 13일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28)를 만났다. 황 대표는 "마침 시제품이 완성됐다"며 펜처럼 생긴 막대기를 꺼내 들었다. 바이오 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는 초소형 공초점 레이저 현미경 '씨셀(cCeLL)'이었다.

씨셀은 평균 30~40분씩 걸리는 동결조직검사 시간을 0.1초로 단축한 첨단 의료기기다. 수술 도중 환자의 몸에서 조직을 떼어내 병리과로 옮겨 급속 냉동하고, 다시 얇게 잘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째로 생략한다. 직경 0.3㎜의 초소형 현미경을 환부에 가져다 대는 즉시 암 진단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기술이었다.

황 대표는 "씨셀이 상용화되면 환자의 마취 시간을 줄여 합병증 발병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며 "수술방 회전율도 빨라지기 때문에 병원 연 매출도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셀은 올해 상반기부터 상용화를 시작한다. <뉴스1>은 황 대표를 만나 '카이스트 천재들'이 만든 레이저 현미경의 비밀을 들어봤다.

 

 

 

 

 

 

 


◇'0.3㎜'의 기적…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기술, '1㎝' 속에 담겼다

"끝에 달린 작은 프로브(연결원) 보이세요? 한 1㎝쯤 될까요. 이 안에 7가지 특허기술이 들어있어요"

'씨셀'의 개념은 간단명료하다. 성인 몸통만 한 연구소 현미경을 직경 0.3㎜ 크기로 축소했다. 기능도 평균 30~40분 소요됐던 동결조직검사 시간을 0.1초로 단축한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가치는 혁신적이다. 당장 병원은 조직검사가 필요한 수술 시간을 최소 30분 이상 줄일 수 있다. 수술 시간이 짧아진 만큼 더 많은 수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 덩달아 병원 매출도 껑충 뛴다. 황 대표의 계산대로라면 약 30% 이상의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환자의 건강 증진 효과를 더하면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신 마취 시간이 400분을 넘기면 합병증 발병률은 5배 이상 높아진다. 마취 시간이 길수록 회복 기간도 더디기 마련이다. 씨셀 하나로 병원 매출과 환자의 건강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셈이다.

씨셀은 개발되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현직 의과대학 교수 2명과 카이스트 박사급 연구진 7명, 업계 전문가 3명이 매달린 결과다. 황 대표가 석사 시절부터 논문을 쓰며 연구한 기간을 합치면 6년이 걸렸다.

씨셀은 가느다란 펜처럼 생겼지만 이는 손잡이에 불과하다. 본체는 첨단(尖端)에 달린 길이 1㎝, 직경 0.3㎜ 크기의 '프로브'다. 이 프로브를 내시경 채널을 통해 몸속에 집어넣은 뒤, 병증이 의심되는 환부를 비추면 레이저로 조직을 스캔해 모니터로 세포조직 상태를 보여준다.

황 대표는 "현재는 수술 도중 암이 의심되는 부위가 발견되면 조직을 떼어내 동결조직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세포조직을 병리과에 옮겨 냉동시키고, 얇게 슬라이스해서 현미경에 올려놓고 세포 상태를 진단하기까지 짧게는 30분, 길게는 40분이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씨셀은 병리과 현미경을 곧바로 인체 속으로 넣고 들여다보는 개념이어서 조직을 떼어낼 필요도, 검사 결과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세포 상태를 진단하기까지 0.1초면 된다. 검사 시간을 무려 2만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한 셈이다.

성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브이픽스메디칼에 따르면 지금까지 초소형 레이저 현미경을 개발했거나 상용화 단계에 이른 곳은 프랑스와 호주 소재 의료기기업체 단 두 곳(가칭 A사, B사)뿐이다.

A사의 제품은 고해상도를 자랑하지만 진단 속도는 1초 수준으로 느리다. B사는 진단 속도가 0.01로 매우 빠르지만 해상도는 가장 낮다. 반면 브이픽스메디칼의 씨셀은 A사에 필적하는 고해상도를 송출하면서 진단 속도를 0.1초까지 줄였다.

생명을 다루는 수술에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성이다. A사의 현미경은 뛰어난 해상도를 구현하지만, 스캔 시간이 맥박 속도(1분당 60~100회)보다 늦기 때문에 맥박 진동의 영향으로 화질이 깨질 위험이 높다. B사는 빠르긴 해도 해상도가 떨어져 신뢰도가 떨어진다. 대형 병원들이 초소형 현미경 도입을 꺼리는 이유다.

황 대표는 "씨셀은 카이스트에서 기술이전을 받은 특허 '광섬유 스캐너'와 '리사주(Lissajous) 스캐닝 패턴'으로 세포를 스캔하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최소 2배 이상 선명한 해상도를 구현한다"며 "해상도 상한선이 없는 기술이어서 기술력이 높아질수록 진단 속도와 해상도를 훨씬 더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자부했다.

이 모든 기술이 지름 1㎝에 불과한 프로브 속에 모두 집약됐다. 황 대표는 "각각의 기술을 분할 특허 출원을 한 상태"라며 "종류로만 따지면 7개의 특허기술이 이 속에 들어있는 셈"이라고 웃어 보였다.

 

 

 

 

 

 

 

 

 


◇씨셀, 올 상반기 출시…"메이드인 코리아 AI 의료로봇이 목표"

"올해 상반기부터 대학병원 병리과와 동물실험 연구소에 씨셀을 출시할 겁니다. 1~2년 뒤엔 의료기기 등록과 인공지능(AI) 자동진단 솔루션을 완성하는 게 목표에요. 궁극적으로는 다빈치, 올림푸스같은 종합 의료로봇을 국내 기술로 만드는 것이죠"

씨셀은 개발 초기부터 큰 기대를 불러모은 신기술이다. 2016년 12월 회사를 설립하고 1년 만에 중기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에 선정됐다. 글로벌 바이오기업 '휴젤' 등 민간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누적 투자액만 27억5000만원에 달한다.

업계 관심도 뜨거웠다. 브이픽스메디칼은 지난 2018년 11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유럽 최대 스타트업 경진대회 '슬러시'(SLUSH) 100'에 선정된 국내 스타트업 4개사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9월에는 메드텍 이노베이터(MedTech Innovator)가 주최한 '아시아태평양 쇼케이스'에서 '바이오 스타트업 20'에 선정됐다. 메드텍 이노베이터는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 액셀러레이터 중 한 곳이다.

씨셀은 지난해 12월 황 대표가 박사 논문을 완성하면서 개발을 끝마쳤다. 브이픽스메디칼을 설립한 지 꼭 3년이 되는 시기였다. 황 대표는 "1월 중으로 1급 의료기기 신고를 마친 뒤 상반기에 출시할 것"이라며 "의료기기 인허가 작업도 병행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씨셀의 첫 상용화는 수익 실현과 임상시험을 병행하는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동물실험 연구소에 납품해 매출을 올리는 한편 국내 최정상급 대학병원 병리과 3곳과 임상시험을 하며 관련 연구를 계속하는 방식이다.

황 대표는 "씨셀을 병리과가 아닌 '수술실' 안으로 진입시키려면 의료기기 승인이 필요한데, 국내에는 관련 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라며 "병리과에서 얻은 임상시험 데이터를 토대로 1~2년 내에 의료기기 승인을 받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사업 영역도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씨셀은 애초 조직검사가 까다로운 '뇌종양 수술용'으로 만들어졌지만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다른 분과 수술에도 씨셀을 도입할 계획이다. 씨셀 임상에 참여한 전문의들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피부과나 산부인과에서도 '씨셀을 도입하고 싶다'는 피드백이 나오고 있다"며 "전용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으면 조직검사가 필요한 분야는 어디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업이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씨셀을 자가진단이 가능한 'AI 의료로봇'으로 몇 단계 진화시키는 것이다. 초소형 현미경 외에도 초소형 메스, 약물 주입 채널 등 수술에 필요한 모든 액세서리를 개발, 장착할 예정이다.

"1~2년 내에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이 들어간 '자동진단 솔루션'을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한 황 대표는 "다빈치나 올림푸스 같은 의료로봇을 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첫 시제품이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어요. 매출을 생각했다면 의료기기 제조업에 뛰어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왜 의료기기냐고 묻는다면, '한국 기술로 만든 의료기기를 세계에 내놓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브이픽스메디칼만의 첨단 의료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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