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rbulent Era:Challenges and Opportunities
대격변 시대: 도전과 기회
2025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The Turbulent Era: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대격변 시대: 도전과 기회
[2025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대격변의 시대, 한국 경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인가
“AI 패권과 무역 재편 속, 한국의 자립적 성장 역량 확보가 관건”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가늠할 2025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가 4월 30일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대격변 시대: 도전과 기회(The Turbulent Era: Challenges and Opportunities)’를 주제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세계경제연구원, 세계문화경제포럼, 세계중소기업연맹, 한불문화예술협회, 국내외 정부 기관 등 400여 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흔들리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과 세계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애쓰모글루 “한국, AI 분야의 팔로어를 넘어 퍼스트무버 돼야”
기조연설자로 나선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MIT 석좌교수인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는 AI 혁명이 경제 질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음을 강조하며, “AI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새로운 상품과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세기 자동차 혁명의 주역이었던 포드처럼,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치를 만드는 기업이 AI 시대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은 기존 산업에서 뛰어난 기술 응용력을 보여줬지만, AI 분야에서는 독자적 역량 확보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AI 전문 인재 육성과 기술 주도권 확보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AI 기술은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애쓰모글루 교수는 “초지능 개발의 선두 국가가 향후 100년의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라며, AI 경쟁이 향후 국제질서, 무역, 외교 전략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AI 기술력에 대해서도 그는 “딥시크(DeepSeek)의 등장은 중국의 기술 진입 장벽을 낮추었으며, 미국의 견제가 결코 완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커트 통 “트럼프의 고율 관세, 미국 고립 자초할 수도”
‘통상질서 재편과 수출한국’을 주제로 발표한 커트 통(Kurt Tong) 전 미 국무부 부차관보(한미 FTA 설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강화된 보호무역 기조가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재정 확충, 무역적자 축소, 온쇼어링 유도 등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닌 실질적 정책 기조로 변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고율 관세 정책은 단기적인 성과 대신, 공급망 교란과 인플레이션, 경기침체라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미국 채권시장의 불안 심리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일시적으로 ‘상호 관세’ 계획을 보류한 상황이다.
커트 통은 “트럼프가 중국 외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에서 어떤 접근을 할지에 따라, 향후 동아시아 경제 질서의 판도가 결정될 것”이라며, “한국은 협상 여건이 불투명하고 쟁점이 복잡한 만큼,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무너지는 WTO, 떠오르는 지역주의… 한국의 전략은?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뒷받침해온 WTO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EU와 중국, CPTPP 회원국 등은 자국 중심의 무역 동맹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고립을 자초하는 가운데, 중국은 이를 기회 삼아 CPTPP 가입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 중견국 연대 강화, AI 및 첨단 기술 내재화 등 다각적인 외교·산업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격변의 시대, 한국의 과제
이번 컨퍼런스는 AI 패권 경쟁, 고조되는 보호무역주의, 재편되는 글로벌 통상질서라는 세 가지 도전 앞에서, 한국이 ‘기술 팔로어’에서 ‘글로벌 퍼스트무버’로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쉽지 않다는 냉엄한 현실을 상기시켰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포용적 제도와 혁신적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이 대격변의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