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상처와 치유를 예술로 풀어내다, 인천 참살이 미술관 초대 성백 개인전!

탁본과 퍼포먼스로 재탄생한 베를린 장벽의 흔적: 성백 개인전 '경계를 넘는 그림자'

2025-07-21     임만택 기자
성백

인천 참살이 미술관은 7월 19일부터 28일까지 성백 작가의 개인전 「경계를 넘는 그림자」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성백 작가가 ARTsBUS 프로젝트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기록한 베를린 장벽의 역사적 흔적을 탁본, 퍼포먼스 영상, 설치 작업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분단의 상처와 개인의 희생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낸 이 전시는 동시대 예술이 역사적 트라우마와 어떻게 대면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성백 작가의 ARTsBUS 프로젝트는 부산에서 시작해 러시아, 베를린 등 유라시아 주요 도시를 이동하며 현지 예술가들과 협업한 글로벌 예술 실험이다. 이번 전시는 그 연장선에서 베를린 장벽이라는 구체적 장소성에 집중해, 분단과 통일의 문제를 다각도로 탐구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실적 장애물을 극복하며 완성된 작업들은 예술의 지속 가능성과 연대의 가치를 묻는다.

베를린

역사의 상처를 탁본으로 새기다

성백 작가는 베를린 장벽 현장에 남은 총탄 자국, 사망자 명판, 경계 표지판을 대형 천 위에 탁본으로 옮기는 작업 과정을 선보인다. 160×600cm의 광목 천 위에 3시간 이상 두드림을 반복하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주술적 의식을 진행한다. 이 탁본 이미지 위로는 쓰러진 사람의 그림자가 투영되는데, 이는 경계를 넘으려던 이들의 자화상이자 현대인의 내적 갈등을 은유한다. 전시 공간에서는 탁본 작품을 배경으로 국화 꽃잎을 배치하는 퍼포먼스가 이어지며, 이념 대립 속에 스러져간 개인들을 향한 추모의 몸짓을 완성한다. 작가는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기억으로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 말한다.

​예술로 구축한 '열린 생태계'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성백은 1999년부터 인터넷과 먹, 한지라는 이질적 매체를 결합해 전통과 디지털의 경계를 허물었다. 웹 공간을 '비생명적'이라 여겼던 시대에 동양의 정서를 디지털 화면에 구현하며 초기 미디어 아티스트로 주목받았다.

1999년 첫 개인전 '나비를 기억하며..'는 우리 나라 최초의 인터넷 라이브 퍼포먼스로 기록되고 있다.

​성백 작가는 1999년 첫 개인전에서 인터넷 라이브 퍼포먼스를 시도하며 한국 현대미술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이 작업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실시간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퍼포먼스 과정을 전 세계에 공개한 사례로, 디지털 기술과 전통 매체(먹, 한지)의 융합, 타 장르의 예술과 상호작용을 통한 예술의 확장성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나비"는 삶과 죽음의 연결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사용되었으며, 퍼포먼스는 작가의 즉흥 라이브 페인팅과 챌로 연주가 즉흥적인 협업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의 작업은 퍼포먼스, 설치, 회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때로는 음악과 무용이 결합된 다원예술로 확장된다. 이러한 접근은 그의 예술 철학인 'openARTs'에서 비롯되었다.

베를린

글로벌 프로젝트: 예술로 연결된 세계

성백 작가는 예술을 통해 국경을 넘어 인류 공통의 문제를 탐구해왔다. 아이슬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 열린 전시에서 그는 분단, 이주, 기억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국제적 협업을 이끌어냈다.

​특히 ARTsBUS 유라시아 횡단 프로젝트는 그의 글로벌 비전을 집약한 대표적 사례다. 부산에서 시작해 러시아를 거쳐 베를린까지 이어지는 이 여정은 각 지역의 예술가들과 실시간으로 협업하며 문화적 차이를 초월한 예술적 연대를 실현했다. 이동 경로마다 현지 역사와 자연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예술은 경계를 넘는 다리”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ARTsBUS 프로젝트는 성백 작가에게 예술적 실험과 글로벌 교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이동형 스튜디오이자 다국적 협업의 장으로서, 이 프로젝트는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 진출뿐 아니라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그가 펼쳐갈 예술적 여정에 국내외 예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의 작픔들 또한 ARTsBUS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19년

아이슬란드 Eyrarbakki에서 개최된 Oceanus International Art Residence에서는 현지의 자연물을 활용한 설치작업과 퍼포먼스, 탁본 작업을 선보이며 현지 매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자연과 인간을 잇는 ‘경계’의 상징성을 탐구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예술적으로 재구성했다. 그리고 2019년 레오나르도 다빈치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는 이탈리아 CIBART 페스티벌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융합적 정신을 계승해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는 실험적 작품을 발표하며 현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번 전시가 던지는 메시지: 경계를 넘는 치유의 예술

이번 인천 참살이 미술관 전시 "경계를 넘는 그림자"는 단순한 역사적 재현이 아니다. 베를린 장벽의 총탄 자국과 희생자 명판을 탁본으로 옮기는 행위는 과거의 비극을 현재화하는 동시에, 분단이 남긴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예술적 의식이다. 작가는 “탁본의 두드림 소리는 희생자들을 부르는 주술이자, 우리 안의 경계를 허무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전시장에 설치된 탁본 작품은 160×600cm의 광목 천 위에 총탄 구멍과 명판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그 위로 투영된 쓰러진 사람의 그림자는 이념의 대립 속에서 스러져간 개인들의 영혼을 상징한다. 관람객은 이 그림자 위에 국화 꽃잎을 놓는 퍼포먼스에 참여함으로써,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경계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이러한 작업은 “개인의 존엄성은 어떻게 국가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훼손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 성별, 계층,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형태의 경계를 넘어서기 위한 예술적 실천을 제안한다.

베를린

역사를 체험하고 예술과 교감하는 순간

작가는 탁본 작업의 다층적 의미를 살렸다. 베를린 장벽 현장에서 수집된 오브제와 퍼포먼스 기록이 결합된 탁본은 역사의 물리적 흔적과 정신적 기억을 동시에 포착한다. 총탄 자국의 거친 질감과 명판에 새겨진 이름들은 분단의 고통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관람객은 이를 통해 역사의 중첩된 시간을 체험하게 된다.

​퍼포먼스와 설치의 융합을 통해 다원예술을 선보인다. 전시장에서 재현되는 라이브 퍼포먼스는 독일 베를린 장벽의 역사적 슬픔을 담아낸다. 분단의 경험과 이데올로기로 인해 희생된 민간인들을 추모하는 몸짓으로 표현한다. 국화 꽃잎을 놓는 행위는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해 집단적 추모의 장을 형성한다. 이는 한국인으로서의 역사적 경험이 작가의 DNA에 남아 있기에 가능한 작업이다.

전시장의 작품들은 작가만의 예술적 생태계를 구현한다. 성백 작가의 작업은 퍼포먼스, 설치, 회화, 음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openARTs’ 철학 아래 구성된다. 이번 전시에서도 탁본 작품이 벽면에 걸리거나 바닥에 설치되며, 현장 녹음한 베를린의 바람 소리와 탁본 작업 중 발생되는 소리들을 총 성음으로 재현하여 배경음악으로 사용된다. 이로써 관람객은 단일 작품이 아닌 예술 생태계 전체를 경험하게 된다.

2024

경계를 넘어서는 치유의 여정

성백 작가의 작업은 “예술은 과거의 상처를 현재로 가져와 미래를 비추는 거울”임을 증명한다. 인천 참살이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그동안 추구해온 통합적 예술 언어의 정수를 보여주며, 분단의 트라우마를 넘어 인간적 연대와 치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할 것이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역사의 그림자에 머무르지 않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온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성백의 작업은 단순한 역사적 재현이 아닌, 역사적 기억의 유산을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총탄 자국과 명판은 분단의 상흔을 넘어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환기시키며, 관람객에게 "경계를 넘는 행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성백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이 역사의 망각에 저항하는 기억의 장치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분단의 아픔을 넘어 치유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그의 작업은 오늘날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이 어떻게 역사의 경계를 넘어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지 확인하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베를린
베를린

전시 정보

장소: 인천 참살이 미술관 / 인천 중구 인중로 226 인천일보 4층
기간: 2025년 7월 19일(토) ~ 28일(월)
문의: 032-279-0069
오프닝 퍼포먼스: 20일(일) 오후 3시, 작가와의 대화 및 참여 퍼포먼스 진행

작가 노트 -

베를린 장벽을 기념하는 이정표와 서쪽의 화강석 바닥에 나 있는 총탄 자국을 탁본한다. 이것은 동독 주민들이 장벽을 넘어 서독으로 탈출하자 동독 경비 군인들이 사격을 가해 난 총탄 자국이다. 그리고 당시 서독으로 넘어가려다 잡히거나 총탄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명판을 함께 탁본 작업을 한다.

160 x 600cm의 대형 천을 바닥에 펼치고 반나절을 작업에 집중하였다.

나는 탁본의 두드림을 통해 분단의 역사 속에서 사라졌던 이들을 부른다. 이것은 나만의 주술적 의식이다. 그렇게 만든 탁본 이미지 위로 쓰러진 사람의 그림자가 함께 나타나 있다.

그는 그 역사 속에서 경계를 넘고자 했던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전시장으로 와서는 또 다른 퍼포먼스로 완성된다.

총탄 자국, 죽은 자의 명판, 동서독을 가르는 경계 표지판, 그 위로 누워 있는 그림자 위로 국화 꽃잎을 놓는다.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너졌던 개인의 자유와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현재 그 자리에 역사의 기념품으로 만들어져 기억되는 그들의 죽음에 위로의 몸짓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