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위드 코로나(With COVID-19)시대와 글로벌밸류체인(GVC)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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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위드 코로나(With COVID-19)시대와 글로벌밸류체인(GVC) 재편
  • 박창수
  • 승인 2020.11.1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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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세계질서는 COVID-19와 함께 무역을 매개로 한 기술.경제.대외전략 영역의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때로는 상호 역방향으로 작용하는 등 불확실성이 심화되어 이른바 ‘초불확실성 시대’(Age of Hyper-Uncerntainty)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위기와 글로벌 가치사슬의 구조적 변화가 합쳐져서 일어난 결과입니다. 그간 세계 경제질서는 개방성과 다자적 협력 원리를 기반으로 운영되어 왔고 이는 미국이 주도하여 왔는데, 미국은 이러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예를 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G7을 G20으로 확대 개편하는 등 다자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왔으나,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미중무역전쟁에서 보듯이 다자주의에서 이탈하여 양자적 문제해결 방식을 추구하고 이에 따라 연쇄반응을 일으켜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호주의가 확산되어 세계의 무역증가율이 정체되고 세계 무역질서를 혼돈에 빠뜨렸는데, COVID-19의 전세계적 확산은 세계 무역질서의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만, 2020 미국 대선에서 사실상 당선 확정된 조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다자주의와 동맹을 강조하고 있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편 글로벌밸류체인(GVC, Global Value Chain)의 구조적 변화는 세계무역질서의 불확실성을 크게 높이는 핵심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그간 세계 유수의 비즈니스 스쿨과 업계에서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이 기본적인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이었으나, COVID-19는 글로벌 공급 체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는바, 생필품은 물론 마스크,진단키트, 인공호흡기 등 필수 의료 장비가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음을 인식하게 했고, 생필품이나 의약품, 의료장비를 글로벌로 아웃소싱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제품생산에 필요한 생산기지를 불안정한 해외에 두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것을 절감하게 하였는바, COVID-19 이전에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COVID-19는 글로벌 소싱의 취약성을 명확하게 드러내게 하였고 효율성 뿐만 아니라 공급 안정성을 모두 확보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거리축소와 특정국 의존도를 낮춰 취약성을 보완하려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다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중국에 있었던 공장들을 자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리쇼어링(Reshoring)과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현상을 보여, 중국에 있던 공장들을 본국으로 옮기거나 유럽은 아프리카로, 미국.일본 등은 동남아시아로 옮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무역질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우리나라는 첫째, 국가전략 차원에서 다변화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이 가져오는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해 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중국으로부터는 사드사태로 인한 경제 제재로 피해를 입어 왔고 일본으로부터는 ‘가마우지 경제’로 조롱을 받다가 소재.부품.장비 수출제한 조치를 겪고 있습니다. 가마우지는 낚시꾼이 가마우지새의 목 아래를 끈으로 묶어두었다가 새가 먹이를 잡으면 끈을 당겨 먹이를 삼키지 못하도록 하여 목에 걸린 고기를 가로채는 낚시방법으로, 우리나라는 그간 소재.부품.장비를 주로 일본에서 수입해 만든 제품을 다른나라에 수출해서 얻은 흑자를 대일의존적 경제구조의 취약성으로 인해 수출하면 할수록 이득을 고스란히 일본에 갖다 바치는 형국을 초래해 왔으나, 지난번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와 다변화를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경제가 중국, 일본 등 특정국에 지나치게 의존되어 있는 것은 국익을 위해 전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생산기지와 시장의 다변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여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남미, 아랍, 동유럽 등 전세계로 다변화하여 취약성을 극복해내야 하겠습니다.

둘째, 우리나라는 대외무역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해왔듯이 개방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다자주의 동력을 살리고 이끌어 나가는데 리더쉽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간 미중무역전쟁과 트럼트 행정부의 다자주의 배격 및 보호주의와 양자주의 강화로 어려움이 있었고 미중 양국은 세계 무역질서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리더쉽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트럼프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 무역정책에서 보듯이 지구적 대응을 선도하는데 의지가 없으며, 중국은 의지는 있으나 리더쉽 행사에 필요한 소프트파워를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개방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중견국 외교를 강화하는 등 다자주의적 동력을 되살리는데 리더쉽을 발휘하여야 합니다.  

마침 오는 11월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에 걸쳐 화상으로 열리는 아세안 관련 5개 정상회의, 즉 한-아세안 정상회의, 제2차 메콩 정상회의, 아세안 + 3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역내 포괄적 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우리 경제의 특정국 의존을 극복하고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COVID-19 극복에도 리더쉽을 발휘하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한편, 조 바이든 사실상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겠으나, 또 다른 한편 미중패권전쟁은 여러 분야에서 계속될 것이므로, 모름지기 우리는 우리나라의 국익을 최우선에 놓고 지혜로운 대처를 해나가야 하겠습니다. 

셋째, 해외로 나가있는 공장들을 우리나라로 다시 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으나,  그 실적도 미미할 뿐 아니라 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실효성있는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리쇼어링은 불확실성 시대에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고 국내 일자리도 늘릴 수 있는 방안이므로, 해외 현장보다 국내가 더 경쟁력이 있도록 현장에서 일하는 기업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여건을 반영하여 실효성 있게 적극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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