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아가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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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가는 그대에게
  • 임기헌
  • 승인 2019.10.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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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가 지난다는건 또 하루 죽음에 성큼 다가간다는 뜻이 아닐까

큰 질병은 가족의 질서를 붕괴한다. 그 결과로 죽음에 맞닥드렸을땐 남은 사람들에겐 공허함과 심적 고통의 영원이 따른다.

예전 공중파의 한 프로그램에서 3회에 걸쳐 암을 주제로 한 젊은 가족들의 다큐멘터리가 다뤄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야기속 주인공은 모두 죽었고 슬픔은 남은 사람들의 몫으로 오로시 전가됐다.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거라느니, 자신이 떠나도 슬퍼하지 말라느니 하는 지독히도 상투적인 멘트는 여느 식상한 드라마와 비견해도 손색이 없어 보였지만 드라마에서 처럼의 기적 따윈 없이 그들은 모두 죽었다.

외람되게도 3자의 입장에서 시청하고 있자니 필자는 고통스럽게 죽어간 이들의 관점이 아닌 살아남은 가족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싶었다. 암이란 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기 때문에 그 과정을 곁에서 보고 겪은 가족들의 입장을 잘 헤아릴수 있다. 필자도 똑같이 그랬으니까.

주위에 그런 가족들을 보고 있자면 웬지 측은해진다. 내 신세는 생각치도 못한채. 너무도 이른 나이에 세상과 등을 진 사람이나, 평생 그 사람을 가슴에 묻은채 살아갈수 밖에 없는 남은 가족이나, 이런 주제에 기인한다면 흔한 노랫말 처럼 산다는게 뭔지 여전히 모르겠다.

오늘 하루가 지난다는건 또 하루 죽음에 성큼 다가간다는 뜻이 아닌가도 싶다. 우리네 삶은 태어난 순간부터 수명이 정해져 있으니 세월은 우리 삶을 좀먹는 존재라고도 할수 있겠다.

필자는 조금 더 영글어지고 싶고 그 영금으로 인해 심장이 꽤나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헤어짐이나 가까운이의 죽음 따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수 있을만큼.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이별과 사별을 마주할 지는 이미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언젠간 필자도, 친구들도, 선후배들도, 가족들도, 모두 하늘 어귀 몫 좋은 곳 어귀에서 조우 할게 분명하지만 아무도 증명하지 못한 죽음을 생각하자니 늘 애잔하다. 단테가 신곡(神曲)에서 노래했던 것처럼 우리는 과연 천국과 지옥을 사후에도 자유로이 비행할 수 있을까. 살아 생전 전하지 못한 말들이나 마음을 빼곡히 적어 고이 접어 보내면 누군가에게 닿기나 할까.

필자는 오늘도 내일도 그저 멀쩡히, 혹은 멀뚱히 그럭저럭 살아갈 것만 같다. 한서린 작은 울림을 평생 간직한 채. 일찌감치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든이들이 그런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언젠가는 잃어야 되는 기구한 우리네 삶은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위로를 받아야 될지 모르겠다.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사람에겐 선물을 안준댔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래서 세상 사람 모두가 산타에게 선물받은 적이 없는건지도 모르겠다.

어쨋거나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가을이 찾아왔다. 사랑하는 사람과 추억을 쌓거나, 혹은 사랑했던 사람을 추억하기에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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