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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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의 조각
  • 윤향옥
  • 승인 2021.09.0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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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이야기

 

씨앗으로 영글 들풀의 뿌리마다, 물 내림을 시작할 나무줄기마다에 가을장마가 멎었다. 하늘에선 맞춤한 햇살과 청량한 바람이 서울의 거리마다 지붕마다 갓길의 질경이풀까지 그들의 숨구멍을 가지껏 열어주었다.

맑아진 날씨 사람들은 조금 낮고 조금 높은 어느 산으론가 옹기종기 몰려들었다. 코로나 병균과 마스크 안의 후텁지근함을 날려버릴 듯 몸과 마음을 파란 하늘로 쏘아 올렸다. 잠자던 각자의 몸 구석구석을 따스한 햇볕에 맡기며 살아있는 들숨과 날숨을 나누었다. 가벼운 신발로 뛰어도 보고 팔을 들어 하늘을 밀어올리기도 하고 목을 젖혀 무량의 저 푸름을 마구 들이켰다. 산에 오르면 낙락장송이거나 들풀이거나 제 자리에서 제 빛깔을 잃지 않고 잎으로 꽃으로 씨앗으로의 소명을 다하고자 애쓰는 거룩한 한살이에 감동받곤 한다.

 

사람도 그와 같다.

안국동 아씨, 운현동 마님이 사시던 그날들과 달리 서울은 많은 사람이 살고 그 중에는 처음 본 피부와 생김새, 언어들이 공존하며 거대한 도시를 이루고 있다. 나와 직접 관련이 없는 한 그들은 어느 식물처럼 사물처럼 흔들리며 지나칠 뿐이다.

그러나 골라 마실 수 없는 공기처럼 늘어나는 다국적 이주민은 우리 삶의 어느 한 부분에서 함께 호흡하고 도시를 이루어 가는 소중한 이웃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해 우리의 소중한 가족과 형제들이 미국의 대도시에서 아시안을 미워하지 말라고 차별하지 말라고 피켓 시위를 하였다.

오늘의 미국을 이룬 힘에 우리가 있었다. 어렵고 힘들고 더럽고 당신들의 하지 못한 일들을 해내었고 소득에 대하여 세금을 꼬박 꼬박 내었다. 우리가 없었다면 오늘의 미국은 없었을 것이다.’

가끔 들려오던 아시안 차별문제가 다시 격해지자 미국의 인종차별문제를 전 세계에 폭로하였다. 정착하여 이룬 삶을 지키고자 한 노력이며 당당한 외침이다.

 

더 잘살아 보겠다는 개척정신으로 한국을 떠나 해외동포가 750만 명인 우리나라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다문화에 대한 지원이 버겁다.’ ‘ 왜 점점 늘어나느냐?’ 는 철부지 질문과 사후약방문의 다문화정책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다.

자국민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산업시스템과 인력구조로 다양한 노동이주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경을 넘는 사랑으로 국제 결혼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인구절벽에 갇힌 우리나라의 출생률 중 5%에 달하는 다문화가정의 분포를 볼 때 나라를 구성하고, 나라를 지키고 미래를 책임질 소중한 국민들이다. 유엔보고서에 의하면 2050년 한국의 다문화인구 비율은 21%에 달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한국의 약 250만의 외국인은 우리와 함께 상생하며 살아갈 소중한 동료이자 자녀이다.

그들이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행복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 휴머니즘에 근본한 작은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성숙한 우리의 자세이다. 그 생각을 실현하기 위하여 같은 뜻을 가진 단체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코로나 종식 후 갑자기 쏟아져 들어올 이주민에 대하여 공존과 상생의 다문화사회를 이끌 건강한 모임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시점이다.

- 컬럼니스트 / 서울글로컬교육연구원장 윤향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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